개발 여의치 않은 정부 "박정희 모델 연구 중"

cushpark Fri Feb 01, 2008 6:52 pm

개발 여의치 않은 정부 "박정희 모델 연구 중"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 개막 에티오피아를 가다
80%가 하루 2弗 생활… 가게엔 값싼 중국산
"아이들의 꿈은 마라토너나 캠벨 같은 모델"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전병근 기자 bkje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1월 31일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가 3일 일정으로 막을 올린 아프리카 동북부의 에티오피아는 여전히 '동트기 전 새벽'이었다. 아프리카 40여 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대규모 국제 회의가 열렸지만 '국제'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캘린더는 아직 '2000년'이다. 31일 이곳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의 도심 '메스켈(Meskel·십자가란 뜻)' 광장에는 '새천년(new millennium)'을 표시하는 조형물들이 가장 크게 눈에 띄었다. 지난해 9월 이 나라는 다른 세계보다 7년 늦게 밀레니엄을 축하했다. 서양식 '그레고리력(曆)' 대신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불일치에서 오는 불편에는 아랑곳없이 이곳 사람들은 이를 문화적 자부심으로 생각한다. 솔로몬왕의 후손에서 이어지는 3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서구 열강의 식민통치를 겪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하다. 에티오피아는 1974년 왕조가 몰락한 뒤 공산혁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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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아낙들은 땔감 팔아 연명… 아디스아바바의 북쪽에 있는 해발 약 3000m의 엔 토토 산으로 통하는 가파른 길을 따라 에티오피아 여성들이 땔감을 짊어지고 내려오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전병근 기자

시내 교통통신부 청사 맞은편에는 공산혁명을 상징하는 에티오피아식 '주체탑'이 우뚝 솟아 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주체탑의 기세와는 달리 시내에서 '주체 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도로는 일제 구식 도요타 차량이 뒤덮고 있고,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은 요즘 중국이 담당한다. 가게의 물건들도 저가 저질 중국산이 장악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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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공산정권을 쫓아내고 집권한 말레스 제나위(Zenawi) 현 총리만 해도 한때 실용 리더십으로 눈길을 끌었다. 마오이즘을 신봉했던 그는 집권 후 이념을 내던졌다. 하지만 10년여 '개발 정책'에도 불구하고 빈곤은 여전하고 독재 논란만 커지고 있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이 여전히 80%에 이른다. 택시기사 하일리(Haile·41)는 "왕조 시절보다 먹고살기가 더 어렵다"고 푸념했다. 문맹률 61%의 이 나라에서 아이들이 성공하는 첩경은 '맨발의 마라토너'가 되거나 흑인 모델 나오미 캠벨(Campbell)처럼 해외로 나가 '검은 진주' 소리를 듣는 길뿐이다.

시 내 북부 해발 3000m 높이의 '엔 토토' 언덕 위로 짐을 잔뜩 실은 당나귀와 함께 몸집보다 큰 땔감을 짊어진 여성과 아이들이 줄지어 다녔다. 한 단에 20~30비르(2200~3300원)를 벌기 위해 허리가 휘도록 나무를 지고 언덕을 오르내린다.

제 나위 정부는 요즘 한국 박정희 정부의 근대화 리더십을 공부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계획경제에 길들여져 온 데다 연 20억달러에 이르는 외국 구호금에 기대온 탓에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청년 실업률이 70%에 이르면서 많지 않은 대학졸업생들마저 수입이 좋고 안정적인 국제 NGO(비정부 기구) 사무실을 기웃거린다.

* "아프리카의 병원·고아원… 둘러보면 눈물이 난다"